스마트폰 모듈사 디케이티(DKT)는 올 연간 매출이 400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8년 말 상장한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이다. 저조했던 작년과 비교하면 급격한 턴어라운드다.


성장성이 농후한 전장부품이 올 실적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무선충전모듈로 작년 주요 완성차 업체 벤더로 등록하는데 성공,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급을 시작했다. 이제 스마트폰과 전장부품 양날개로 비상하게 됐는데 올해가 그 원년이다.


특히 올 초엔 글로벌 전기차 1위 협력사 인증절차를 시작하는 경겹사를 맞았다. 더불어 주요 배터리셀 제조사와 ESS(대규모저장장치) 미국진출도 도모한다. 올해 뿐 아니라 중장기 성장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전장으로 연간 700억 매출 추가…전기차 1위 수주도 목전


1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디케이티는 지난해 12월부터 글로벌 완성차 OEM사 전기차와 일반차량에 무선충전모듈(WPC, Wireless Power Charger) 공급을 시작했다. 주요 고객사는 GM과 스텔란티스, 혼다 등이다. 올 1분기부터 전장부품 매출이 처음으로 본격 발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차량용 무선충전모듈 이미지(사진:디케이티 홈페이지)


업계에선 올 WPC 공급규모가 금액으로 7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작년 디케이티 연간매출(2802억원)의 4분의 1 수준이 새롭게 덧붙여진다. 전장부품은 고객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품질인증이 까다롭고, 한번 벤더로 선정되면 쉽게 바뀌지 않는 특징이 있다. 신사업으로 강력한 성장안전판을 마련한 셈이다.


디케이티는 스마트폰용 SMT(Surface Mount Technology, 표면실장기술) 강자다. 모회사가 비에이치(BH)인데 세계적 FPCB(연성인쇄회로기판) 제조사다. 삼성전자와 애플을 고객사로 두고 최신 스마트폰용 FPCB를 공급한다. SMT는 FPCB 위에 직접회로 자재를 납으로 인쇄하는 기술로 SMT까지 마무리한 제품을 FPCA라고 부른다.


디케이티는 이 FPCA 제조사다. 전장부품도 SMT 경쟁력에서 파생했다. 전기차 무선충전기 부품인 WPC는 PCB(인쇄회로기판)에 실장(SMT)과 코일을 씌워 만들어진다. SMT적용처가 스마트폰에서 전장으로 확장됐다.


그룹차원의 구조적 경쟁력도 신사업 가시화에 기여했다. 비에이치는 2022년 하반기 BH EVS를 인수했는데, LG전자 VS사업본부 차량용 모바일 무선충전 사업을 하던 곳이다. BH EVS는 GM과 스텔란티스, 혼다 등을 이미 고객사로 두고 있었다.


디케이티가 2차협력사로 이들 완성차 무선충전기 WPC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 계기다. 그런데 완성차 업체들은 2차협력사 선정도 까다롭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PCB제조사가 모듈 업체를 정할 수 있는데, 완성차업체들은 '고객안전'을 이유로 직접 2차협력사 품질평가를 한다. 이에 디케이티는 작년 품질검증을 받아 통과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올 초부터 글로벌 1위 전기차사인 A사 협력사 인증도 시작했다는 것이다. 협력사인증엔 보통 5~6개월이 걸린다. 디케이티는 이미 수주 트랙레코드(글로벌 완성차 OEM)를 확보했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무난히 A사 벤더로도 등록될 것이란 관측이다.


WPC는 기본적으로 성장성이 있는 아이템이다. 시장조사기관은 차량용 스마트폰 무선충전기 침투율이 2022년 18.8%에서 2026년까지 55.1%로 연평균 30.8% 성장할 것으로 본다. 덕분에 BH EVS도 무선충전기 수주잔고가 인수 당시보다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BH EVS 수주잔고 확대로 디케이티 WPC가 수혜를 받아 올해 관련 실적이 대폭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 하반기 A사까지 고객사로 합류하면 성장기대감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더불어 BH EVS는 무선충전기 외에도 △USB 파워 모듈과 △센서 △EV용 BMS(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 △BDU(배터리 디스트리뷰선 유닛) △충전솔루션 등으로 매출 품목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역시 디케이티에 긍정적이다. 이 품목들 역시 디케이티 모듈 생산라인을 활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BH EVS 신규사업들은 디케이티 전장 모듈 라인을 활용할 계획인데 이는 중장기 성장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고성장 'ESS'로 미국 진출…올 상반기 R&D 라인 구축


ESS 파워모듈 사업도 올해 본격화한다. 배터리를 만드는 글로벌 국내 대기업 B사와 협력한다. B사는 국내 3대 배터리제조사 중 하나다. B사가 ESS로 미국에 진출하는데 디케이티도 ESS용 파워모듈을 현지에서 공급하는 구조다.


ESS 역시 성장성이 농후하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원하는 시간에 전력을 생산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 ESS와 같은 저장장치가 필수적이다. 차세대 전력 인프라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장치다.


우선 올 상반기내 국내에 ESS 파워모듈 연구개발(R&D)을 하는 라인을 구축한다. 국내 라인에서만 예상되는 매출은 올 약 100억원이다. B사와 미국 동반진출 시점은 1~2년 내다.


배터리 관련 사업 집중을 위해 최근 ES(Energy Solution)사업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ES사업부는 기존에 영위하던 PCM(Protection Circuit Module)에 더해 ESS파워모듈, BMS(Battery Management System)와 EV용 배터리 팩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PCM은 스마트폰 배터리 충전과 방전 시 전압을 측정한다. 더불어 전압이 과도하면 차단해 발열이나 발화, 폭발을 막는 역할을 한다. BMS는 PCM기능을 넘어 전반적인 배터리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EV용 배터리팩은 2륜 전동차 시장에 우선 집중한다.


회사 관계자는 "신규 사업과 관련해 올해부터 지속 성장이 기대되는 부분은 맞지만, 고객사나 진행상황에 대해선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는 기존 사업과 고객사 다변화에 따른 전장 사업으로 수익개선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