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매출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71%, 영업이익 증가율은 194%.


스마트폰용 연성인쇄회로실장(FPCA)과 종합모듈을 만드는 디케이티(DKT)가 기록한 퀀텀점프 수준의 실적이다. 이른 바 온디바이스AI(On-Device AI)라는 메가트렌드 밸류체인에 합류한 결과다.


최대 고객사 삼성전자가 올 초 내놓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4가 AI폰(온디바이스AI 기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 소비자들 지갑을 열어냈다. 애플과 화웨이 등 경쟁사들도 AI폰 출시를 서두를 정도다. 디케이티는 AI폰에 필요한 FPCA를 절반 이상 만드는 곳이다. 메가트렌드의 대표적 수혜주로 매출 폭증이 예견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미래사업인 '전장부품'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전기차 등에 필요한 무선충전모듈(WPC, Wireless Power Charger)로 1분기에만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냈다. 작년엔 거의 없던 매출이다. 전장부품은 특급호재가 반영되기 전인데도 성장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급호재는 올 중순으로 예상되는 '전기차 세계 1위' T사의 고객사 합류다.


◇ AI폰 메가트렌드 밸류체인…2분기는 AI폴더블폰 수혜


디케이티는 2일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157억원에 영업이익 7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674억원)은 71.7%, 영업이익(26억원)은 194.2% 폭증한 수치다.



올 1분기만에 전년 연간매출(2802억원)의 40%를 벌어냈다. 수익성개선도 두드러진다.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은 6.6%로 전년 동기(3.86%) 대비 2.74%포인트 상승했다. 외형과 내실 모두 눈에띄게 좋아졌다.


전 사업부문이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스마트폰 OLED패널용 FPCA를 만드는 DS부문은 올 1분기 매출(763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61% 늘었다. 스마트폰 배터리용 FPCA를 만드는 ES부문은 매출(293억원)이 46.5% 증가했다. 전장부품인 WPC 매출은 1분기 101억원이다. 작년 연간으론 7억원에 그쳤던 부문으로 올해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DS부문이 1등공신 역할을 한 것인데 온디바이스AI 수혜를 받았기 때문이다. 갤럭시S24는 올 1월 3종(일반, 플러스, 울트라)으로 출시됐는데, 출시 후 2개월만에 10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저력을 보였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6010만대)에서 애플(5010만대)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갤럭시S24는 세계 최초로 온디바이스AI를 탑재한 제품이다. 온디바이스AI는 클라우드 서버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기기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연산하는 AI다. 기기내에서 작동해 보안에 강하고 처리속도가 빨라진 것이 장점이다. 세부기능은 △실시간 통화 번역 △서클 투 서치(화면에 원을 그리면 대상에 대한 정보 조사) △AI 사진 보정 △맞춤형 콘텐츠 및 서비스 추천 등이 있다.


갤럭시24는 업계 고민이었던 스마트폰 교체주기 장기화를 끊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최근 올해 AI폰 출하량이 1억7000만대로 전년(5100만대)보다 230% 늘어나 전체의 15%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갤럭시S24의 인기에 근거한 추정이다. 애플도 올 하반기 아이폰16에 생성형AI인 에이젝스(Ajax)를 탑재해 메가트렌드를 따라갈 예정이다. 즉 AI폰 밸류체인 실적개선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것을 의미다.



디케이티가 만드는 FPCA는 스마트폰 주요 구성품인 디스플레이와 메인기판, 베터리 등이 서로 상화작용하도록 도로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그리고 디케이티는 삼성전자에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필요한 OLED패널용 FPCA를 주력으로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내 점유율(OLED용)이 60~70% 가량 되는 메인벤더다.


OLED패널용 FPCA는 기존폰과 AI폰에 동일하게 쓰인다. 다만 AI폰은 부품단가가 더 높다. FPCA는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위에 표면실장(SMT)장비로 다양한 칩을 실장해 만들어진다. 그런데 AI폰은 OLED패널 구동을 위해 실장하는 부품개수가 기존 플래그십 대비 10% 이상 증가한다. 그리고 그만큼 SMT 공정수가 증가해 FPCA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아진다.



디케이티 매출과 수익성이 동시에 개선된 이유가 여기(ASP 상승)에 있다. 특히 2분기 전망도 밝다. 삼성전자는 올 7월 께 차기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인데, 3종에 모두 온디바이스AI를 탑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폴더블을 AI폰으로 만드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관련 부품공급은 2분기에 선행된다. 1분기 실적을 갤럭시24가 견인했다면 2분기는 폴더블이 이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 7월 폴더블도 AI폰으로 출시하면서 디케이티 2분기 전체 매출이 1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1분기 매출(1157억원)에 못지 않은 호실적으로 전년 2분기(771억원)를 다시 크게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 WPC 올 예상 매출 700억…T사 합류 시 성장성 배가


전장부품인 WPC도 성장성이 농후하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차량용 무선충전기 탑재율이 2023년 24.9%에서 2026년엔 55.1%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2년 뒤 차량 10대 중 5대는 무선충전기를 장착한다고 봤다. WPC도 그 만큼 필요하다.



올 1분기 WPC 매출(101억원)은 시작이다. 회사 내부적으로 올해 연간으로 700억원대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4분기 매출은 더 커질 것이란 의미다. 구조적 경쟁력에 기반한 자신감이다.


전장부품은 고객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품질인증이 까다롭고, 한번 벤더로 선정되면 쉽게 바뀌지 않는 특징이 있다. 디케이티는 M&A(인수합병)로 단기 진출에 성공, 올해부터 매출이 가시화하고 있다. 모회사인 비에이치(BH) 함께 2022년 10월 LG전자 VS사업본부가 영위하던 차량용 휴대폰 무선충전 사업권 일체(현 BH EVS)를 1367억원에 양수했다. BH EVS는 비에이치가 지분 59%, 디케이티가 41%를 보유하고 있다.


올 1분기 매출 기준 주요 고객사는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이다. 5월부터는 스텔란티스(Stellantis), 8월부터는 지엠(GM) 공급이 시작된다. 고객사 당 연간 24만개 물량을 납품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글로벌 전기차 1위 T사가 조만간 고객사로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올 초부터 T사 협력사 인증을 받고 있다. 협력사인증엔 보통 5~6개월이 걸린다. 디케이티는 이미 수주 트랙레코드를 확보했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무난히 T사 벤더로도 등록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증설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디케이티 베트남 생산법인 4개라인에서 WPC를 만들고 있는데, 2026년에는 8개 이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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