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ODM(제조자개발생산) 노브랜드는 '적자'가 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적용순이익에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밸류)를 실제가치보다 세 배 높게 부풀렸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해당 밸류에 합리성을 부여하려면 주가수익비율(PER)이라도 낮아야 하는데 되레 높다는 것이 문제다.


의류나 등산용품 ODM‧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종목은 증시에서 1~2년전 엔데믹 수혜주로 부각됐지만 현재는 소외돼 있다. 보복소비심리로 인한 실적개선이 2022년까지만 이어진 탓이다. 지난해는 글로벌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대다수 실적이 악화했다. 노브랜드 역시 같은 흐름이다.


이에 국내 ODM‧OEM 종목은 현재 PER이 5배 내외에 그친다. 그런데 노브랜드는 10배로 상장하길 원하고 있다. 직전 유사딜인 동인기연이 수요예측에서 PER 9배를 내세웠다가 참패를 했음에도 노브랜드는 더 비싼 값을 부르고 있다.


PER에서도 과열에 편승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 희망밴드 상단 기준 PER 10배…국내사 평균의 두배


노브랜드는 공모가 희망밴드가 8700원~1만1500원이다. 여기에 적용주식수(995만111주)를 곱한 예상 시가총액(시총)은 865억~1144억원이다. 이를 적용순이익(111억원)으로 나누면 PER이 도출된다. 공모가 희망밴드 하단 기준으로는 7.79배, 상단기준으로는 10.3배다.


동일업종 종목이 국내 증시에서 받고 있는 멀티플과 비교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노브랜드가 직접 피어그룹 현황을 통해 공개했다. 국내사만 추리면 △신원(10.68배)과 △한세실업(6.72배) △영원무역(3.56배) △태평양물산(5.19배) △호전실업(2.64배) 등 5개사를 피어그룹에 포함시켰는데 이들 평균 PER은 5.76배에 그친다.



신원을 제외하면 모두 6배 이하다. 그 만큼 국내 증시에서 의류나 등산용품 ODM‧OEM이 투자자들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뚜렷한 성장모멘텀이 없인 탓이다. 경기침체로 지난해 악화한 실적이 올해는 금리인하로 평년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 정도만 있다. '그 이상'의 성장을 기대할만한 요인이 없다.


노브랜드 역시 보복소비 심리로 2022년에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역성장을 했다. 지난해 연간매출(가결산)은 4591억원, 영업이익은 105억원이다. 전년에 비해 매출(5529억원)은 16.9%, 영업이익(477억원)은 7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8.6%에서 2.3%로 6.3%포인트 하락했다.



노브랜드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것을 앞세워 국내사들보다 PER을 높게 잡은 것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PER이 28.88배에 이르는 에클라텍스타일(Eclat Textile)과 21.64배인 마카롯(Makalot Industrial) 등을 해외피어그룹으로 포함시킨 것이 그 근거다.


노브랜드는 미국 갭(GAP)그룹과 올드네이비(Old Navy), 바나나리퍼블릭(Banana Republic), 애슬레타(Athleta), 메이저리그베이스볼(MLB)과 리바이스(Levi's), 'alexanderwang', 아리치아(Aritzia) 등 유명 글로벌 의류브랜드를 ODM으로 만들고 있다. 매출 98%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기업은 맞다.


◇ 동인기연도 글로벌 기업, PER 9배 제시했다 낭패


문제는 경쟁사들 역시 글로벌 기업임에도 PER이 낮게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6배 대인 한세실업(6.72배)은 아예 고객사가 노브랜드와 겹친다. 갭과 올드네이비 등이 고객사이고 매출 97%가 해외서 발생한다.


특히 직전 유사 ODM딜인 동인기연이 업종 투심을 그대로 보여줬다. 동인기연은 고가 등산가방 시장 톱티어들을 고객사로 둔 글로벌 1위 ODM이다. 매출은 노브랜드보다 작지만 영업이익과 이익률은 더 뛰어난 곳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284억원으로 노브랜드(105억원)의 3배 가까이 된다. 영업이익률은 13.1%로 노브랜드(2.3%)의 6배 수준이다.


그런데 동인기연은 노브랜드보다 소폭 낮은 PER로 지난해 11월 공모에 도전했음에도 참패를 겪었다. 동인기연 공모가 희망밴드는 3만3000원~3만7000원이었고, 예상 시가총액은 2148억~2048억원이었다. PER은 희망밴드 하단이 8.01배, 상단이 8.99배였다. 상단 기준 PER(8.99배)이 노브랜드(10.3배)보다 1배포인트 가량 낮았다.



그럼에도 기관수요예측 경쟁률이 작년 최하위권인 26대 1 수준에 그쳤다. 이에 공모가는 희망밴드 하단(3만3000원)보다도 낮은 3만원으로 확정했다. 예상 시총은 1953억원으로 낮아졌고, PER은 7.29배가 됐다.


동인기연은 확정 공모가(3만원)도 상장한 이후 비싸다고 평가됐다. 이달 18일 종가가 2만3150원으로 떨어져있다. 공모가에 비해 22.8% 낮아진 가격이다. 이달 18일 기준 시가총액은 1418억원인데 상장 당시 적용순이익(268억원)을 대입하면 PER이 5.29배가 된다. 결국 5배 수준인 업종 평균에 수렴하게 된 셈이다.


노브랜드가 PER도 부담스럽게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한 기관투자자는 "밸류를 높게 잡기 위해 적용순이익이나 PER에서 무리한 숫자를 끌어왔다"며 "신주모집 100%라는 공모구조를 제외하면 기대할만한 요인이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