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Investor Relations)은 기업가치를 공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상장법인과 투자관계자 사이에 가장 효과적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재무,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그리고 법규 준수를 통합하는 전략적 경영책무다"


한국거래소 산하 기관인 '한국IR협의회'가 IR에 대해 내린 정의다. IR을 '경영책무'라고 봤다. 국내 모든 상장법인이 준수할 것을 권고하는 '상장법인IR모범규준'에 기재한 내용이다.


상식적인 문구다. 상장법인은 불특정 투자자 다수가 자본(자금)을 댄 곳이다. 이 때문에 ▲회사가 해당 자본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주요 현안은 무엇인지 ▲실적이 나쁘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또 실적개선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할 '책무'가 있다.


프롬바이오는 상장한 이후 2년간 공식적인 IR을 진행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더불어 최소한의 노력이라 볼 수 있는 IR자료도 작성된 적이 없다. 반면 그 사이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는 중대 변화가 있었고, 최근엔 심태진 대표의 사익추구 행위도 드러났다.


기타주주들 입장에선 소명을 요구할 것이 수두룩한데 '소통'마저 되지 않는다. 일부 주주는 '속수무책'이라고 표현한다.


상장법인IR모범규준 발췌


◇상장 이후 이익 급감, 이듬해엔 적자…공식 IR은 없었다


IR모범규준은 상장법인이 기업설명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분기나 반기 단위가 어렵다면 최소 1년에 한 번은 개최하는 걸 권장한다. 더불어 기업설명회를 열 경우 일시나 장소, 내용 등을 공시해 공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중요 정보가 일부 투자자에게만 전달되면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상장법인IR모범규준 '권고사항' 발췌



이 같은 모범규준은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다. 기업이 영세할 경우 비용이 적잖게 드는 공개IR을 매번 개최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강제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업에 핵심 현안이 발생했을 때는 공개IR을 진행하는 것이 상식적인 책무다. 책무를 다하지 않으면 사회적 지탄을 받는다. 최근 '파두'는 악재를 숨겨왔던 것이 드러나 주주들이 반발했고, 금융감독원이 조사(부실상장 의혹)에 착수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프롬바이오는 실적과 관련해 매년 중대 현안이 발생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한 번도 공개 IR을 진행한 적이 없다. 2021년 9월에 상장했다. 그리고 1년 뒤에 주주들 입장에선 예상치 못한 실적을 내놨다. 상장 전까진 고공성장을 해왔는데 이후 사업연도에 역성장을, 그것도 큰 폭으로 했기 때문이다.


매출이 2019년 621억원에서 2020년 1080억원, 2021년엔 1351억원으로까지 늘었다. 이 기간 평균매출 성장률이 50%였다. 그런데 상장 후 첫 온기실적인 2022년 매출은 993억원으로 전년 대비 26.5% 감소했다. 더불어 영업이익도 2021년 114억원에서 2022년 9억원으로 급감했다. 성장성에 수익성까지 갖췄던 기업이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상황으로 변했다. 주주입장에선 원인을 알고 싶은 중대 현안이다.



그런데 2022년 실적을 공개한 올 3월 프롬바이오는 공개IR을 하지 않았다. 올 들어선 더 심각한 수준이 됐다. 올 3분기까지 매출(497억원)은 전년 동기(786억원)보다 36.8% 줄었다. 매출 하락율이 더 심화됐다. 이에 올 3분기까지 영업손실 73억원을 냈다. 숫자만 보면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준이다. 역시 이달 21일 현재까지 공개IR은 하지 않고 있다. 해당 실적은 같은 달 14일 공시됐다.


'자료' 형태로 현황을 알리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프롬바이오는 공식홈페이지에 'IR' 항목을 만들어 두긴 했는데 상장한 이후로 한 건도 등록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공시 의무가 있는 '사업(분기‧반기)보고서'에라도 실적악화 배경이나 업황에 대해 설명을 했어야 하는데 역시 관련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프롬바이오 홈페이지 IR메뉴 현황(자료:홈페이지)


◇공모가의 3분의 1이 된 주가


IR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측면이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적극적인 소통은 행여 그 정보가 악재라고 할지라도 중장기적으론 기업가치(주가)에 도움을 준다.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을 제거해 합리적 투자가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악재가 사라지면 기업가치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반면 소통을 하지 않는다면 악재가 제거된 이후에도 투자를 꺼리게된다. '변수'가 큰 기업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주가에 부정적이다.


프롬바이오는 IR 부재로 '변수'가 큰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영문을 모르는 실적 악화가 이어지자 주가도 내리막이다. 프롬바이오는 2년 전 공모가 1만8000원으로 상장했는데 이달 20일 종가는 6420원으로 3분의 1 수준이 돼 있다.


프롬바이오 주가(자료:네이버금융)



최근 불거진 심태진 대표의 사익추구 논란과 관련해서도 회사측은 배경과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있다. IR부재가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기타주주들이 '속수무책' 상황으로 보는 이유다. 주가하락으로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소통까지 되지 않는다고 성토한다.


한 기타주주 관계자는 "상장을 했다면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것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며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텐데, 지금은 정말 회사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심 대표 사익추구 논란이 불거졌는데 이에 대해서도 해명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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