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를 할 때 구주매출은 주로 재무적투자자(FI)들이 한다. 그간 회사 성장에 일조(투자)한 대가로 보유주식을 공모주주들에게 공모가에 매각해 자금회수(엑시트)를 한다. FI의 구주매출은 상장 후 오버행(매도물량 출회) 우려를 낮춘다는 점에서 권장되는 측면도 있다.


반면 대주주의 구주매출은 권장되지 않는다. 대주주 경영철학에 대한 의구심을 낳기 때문이다. 구주매출로 주식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지만 그만큼 회사로 유입되는 현금은 제한된다. 대주주가 회사 성장보다 사익에 관심이 크다는 인상을 준다. 이는 투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에 IPO를 하는 기업 대주주는 구주매출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프롬바이오는 IPO 때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심태진 대표가 특수관계자들과 함께 구주매출을 해 약 80억원대 현금을 쥐었다. 성장 과정에서 FI를 유치했지만 정작 FI는 구주매출을 하지 않아 오버행 불씨를 남겼다. 상장 때부터 대주주의 사익추구 성향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 심 대표 52억 현금화, 경영진‧친인척도 매출 동참


프롬바이오는 2021년 9월 28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총 240만주를 공모했는데 신주모집(196만주)이 81.7%, 구주매출(44만주)이 18.3% 비중이었던 딜이었다. 공모액은 확정 공모가(1만8000원) 기준으로 432억원이었다. 이중 회사로 유입되는 신주모집액은 352억원, 구주주들이 가져가는 구주매출액은 79억원이었다.


그런데 구주매출분은 전량 최대주주측 지분이었다. 심 대표가 29만주로 가장 많았고, 핵심 임원인 김지훈 프롬바이오 부사장이 7만주, 심 대표의 남동생들인 태용씨가 5만주, 태성씨가 3만주를 팔았다. 금액으로는 심 대표가 52억2000만원, 김 부사장이 12억6000만원, 태용씨가 9억원, 태성씨가 5억4000만원이다.



최대주주측은 본래 더 큰 규모의 구주매출을 희망했다. 공모가 부진했던 탓에 규모를 줄이게 됐다. 최초 계획한 구주매출 규모는 55만주였다. 공모가 희망밴드(2만1500원~2만4500원)도 확정 공모가(1만8000원)보다 높았다. 이 계획 상으로 구주매출액은 118억~134억원이었고, 심 대표 매출액도 86억~98억원이었다.


그런데 같은 달 초 진행한 기관수요예측 경쟁률이 85.71대 1에 그치는 부진을 겪었다. 이에 공모가를 기대보다 낮추고 모집주식수도 크게 줄여 공모를 완주하기로 했다.


성장과정에서 FI 도움을 많이 받은 회사였다. 하지만 FI 구주매출은 없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2016년 25억원, 2019년 25억원 등 총 5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전환사채(CB)도 2016년 25억원 규모로 찍었다. FI들은 상장에 앞서 우선주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했다. IPO를 유일한 엑시트 수단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상장 후 기준으로 FI 보유지분율이 38.4%에 달하게 됐다.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최대주주측 지분율은 41.2%, 공모주주 지분율은 20.4%였다. 이에 일부 FI들이 1~6개월 단위로 보호예수를 했음에도 상장 직후 유통가능물량 비중은 43.6%에 이르는 딜이 됐다. 상장 직후부터 오버행 우려가 있었고, 이후로도 FI 보호예수 단계별 해제로 유통가능물량이 더욱 확대되는 구조였다.


이 같은 공모주주에게 불리한 공모구조가 수요예측이 부진했던 구조적요인 중 하나였다.


◇ 형제들 보호예수 기간 끝나자 매도 행렬


상장 후에도 특수관계자들이 장내매도에 나서면서 투심을 위축시켰다. 통상 특수관계자들은 회사에 대한 사정을 기타주주들보다 잘 알 것으로 인식된다. 말 그대로 최대주주(심태진 대표)와 특수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특수관계자들이 주식을 매도하면 다른 주주들은 주가가 고점일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이에 특수관계자 주식 매도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특수관계자가 주식 매매를 하면 거래내역을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이유기도 하다.


심 대표의 남동생 세명이 주요 매도자들이다. IPO를 할 때 설정한 의무보유기간이 끝나자마자 적극적으로 장내에서 주식을 팔고 있다. 이중 한명은 올 초까지 임원으로 근무했던지라 상대적으로 시장에 더 큰 불안감을 안겼다.



우선 상장 때 구주매출을 했던 태용씨가 잔여지분(15만주) 중 14% 수준인 2만794주를 올 10월 12일에 주당 7030원에 팔았다. 처분액은 총 1억4600만원이다. 역시 구주매출을 했던 태성씨도 잔여지분(17만주) 중 17% 수준인 2만8763주를 같은 날 2억원(주당 7053원)에 팔았다.


나머지 한명인 심태권 전 프롬바이오 전무는 올 3월까지 근무했는데 회사에 합류한지 8년차였다. 지난해까지 영업총괄직을 수행했다. 심 전무는 IPO를 할 때는 구주매출을 하지 않아 상장 당시 보유했던 구주규모(20만주)를 유지하고 있었다. 올 10월 4일부터 12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보유지분의 13% 수준인 2만5500주를 약 1억8000원에 매도했다.


남동생들은 2년 전 IPO를 할 때 심 대표 등 다른 최대주주측과 함께 2년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약속(보호예수)했었다. 올 9월 말이 의무가 해제된 시기였다. 그리고 올 10월 초부터 매도가 시작됐다.


올 10월은 상장 때(공모가 1만8000원)보다 주가가 절반 미만(7000원대)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여기에 특수관계자 매도까지 이어지자 현재는 주가가 더 낮아졌다. 이달 20일 종가는 6420원이다.


한 기타주주 관계자는 "상장할 때부터 구주매출로 심 대표와 특수관계자들이 이익을 실현했고 최근엔 주가가 하락한 상황에서 친인척들이 주식 매도를 해 투심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최대주주측이 다른 주주 권익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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