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사태의 본질은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숨기려했다는 것에 있다. 파두는 작년 2~3분기를 통틀어 매출이 4억원에 그친 사실을 알고도 수요예측시기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실적공시가 강제되고서야 드러난 사실이다.


공모에 착수한 씨메스가 선제적 리스크 공개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월 매출이 3억원에 그친 사실을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공개했다. 물론 하반기 실적에 자신이 있어서다. 상장기업은 투명하면서도 적극적인 IR(투자자소통)이 중요한데 첫 단추를 잘 뀄다는 평이다.


◇ 7월 매출 3억, 누적으로도 22억 그쳐…부진 사실 선공개


씨메스가 최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 중 하나는 가장 최근 월인 올 7월 가결산실적이다. 매출은 3억6700만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9억원이 발생했다. 좋다고는 볼 수 없는 실적이다.



가결산 월별 실적공개는 의무는 아니다. 작년 파두사태 이후로 금융감독원이 공개를 유도해오긴했다. 이에 최근 실적이 좋지 않은 발행사는 처음에는 증권신고서에 공개하지 않다가 금감원이 정정요구를 해야 추가 기재하는 경우가 많았다.


씨메스의 경우 첫 증권신고서부터 약점을 선제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이 다르다. 특히 파두와 같은 기술성장기업(기술) 특례로 증시입성에 도전한 케이스라 실적방향성에 더욱 민감한 곳이다. 기술특례는 당장엔 실적이 상장요건을 못미치더라도 외부기관으로부터 우수한 기술력 입증 받으면 예비심사(예심) 기회를 주는 제도다.


기술특례 기업은 대다수 적자거나 이익이 미미해 미래예상 실적을 기반으로 밸류(기업가치)를 구한다. 장밋빛미래를 그리는 것이 기본절차다. 작년 8월 상장한 파두도 마찬가지였다. 2022년 매출은 51억원이지만 2023년엔 1202억원으로 껑충 뛸 것이라고 보고 조단위 밸류를 주장했다. 그런데 첫 실적발표에서 반년(2~3분기) 매출이 4억원에 그친 사실을 공개했다. 전망치와 실제가 다를 때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특례상장이다.


씨메스 역시 전망치에 근거해 밸류를 구했다. 지난해 매출은 76억원이지만 올해는 123억원, 2025년은 219억원, 2026년엔 425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봤다. 올해 연간 매출성장률을 60%로 봤다. 그런데 최근 월매출(약 3억원)이 변변치 않은 셈이다.



심지어 7월까지 누적 실적도 작년과 상세히 비교할 수 있도록 했는데 역시 좋지 못하다. 7월누적매출은 21억원으로 전년동기(21억원)와 똑같다. 성장하지 못했다. 올 예상매출(123억원)이 실현가능한 것인지 의구심을 들게 할 수 있는 수치다. 남은 5개월(8~12월)동안 100억원 이상 매출을 내야 한다.


7월누적 영업손실도 77억원으로 전년 동기(61억원)보다 16억원 가량 늘었다. 계획대로라면 올 연간 영업손실은 76억원으로 전년(89억원)보다 13억원 가량 줄어야 한다.


다른 발행사들은 감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거 실적은 분기나 월별로 공개하지 경우가 태반이다. 씨메스는 자진해 작년 상반기 뿐 아니라 7월누적실적을 상세히 드러냈다. 투명성과 적극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 하다.


◇ 하반기 매출 104억 전망…쿠팡 매출 본격화 관측


물론 씨메스가 최근 정보를 상세히 공개한 것은 에퀴티스토리(Euity Story)와 하반기 실적에 자신이 있어서다.


씨메스는 물류센터나 제조공장에서 사람만이 할 수 있던 비정형작업을 로봇이 수행할 수 있도록 융합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로봇의 눈역할을 하는 3차원(3D) 센서와 뇌 역할을 하는 AI소프트웨어 기능을 로봇에 결부시켰다. 로봇 비정형작업 수행은 씨메스가 국내 최초다. 이에 SK텔레콤과 GS리테일, 쿠팡 등 다수의 SI(전략적투자자)들이 씨메스에 투자했다.


그리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모델 상 매출이 연말(4분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고객사들은 신기술 도입을 위해 관련예산을 편성하고 발주를 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통상 예산편성은 4분기에 하고 이를 토대로 씨메스에 발주를 한다. 4분기 매출이 집중되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매출(76억원)의 40%(30억원)가 4분기에 발생했다. 작년 하반기 매출(55억원) 비중은 72%다.


즉 올 상반기 매출(22억원)이 크지 않은 것에 크게 의미부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더불어 하반기 실적전망에 대해서 보다 상세히 설명했다. 증권신고서 투자위험요소 항목에 “2024년 매출로 인식 가능한 수주잔고가 올 7월말 기준 약 67억원이 확보돼 있고, 주요 거래처인 A사 매출이 본격화돼 하반기에 45억원 매출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재했다.



이어 “주요 거래처인 A사는 국내 최대 풀필먼트 업체로 새 물류센터를 확충하고 있고, 씨메스 로봇솔루션이 자동 포장을 수행해 자동화에 기여하게 된다”며 “따라서 2024년 하반기에는 약 104억원의 매출이 발생해 전망치와의 괴리를 해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A사를 쿠팡으로 추정하고 있다. 쿠팡은 올 4월 씨메스 지분 1.52%(13만8600주)를 매입한 SI다. 투자액은 약 33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 톱티어가 고객사라는 점에서 전망치 실현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한 기관투자자는 “기술력과 에퀴티스토리가 탄탄하기 때문에 전망치 달성은 시간의 문제이지 실현의 문제로는 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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