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로봇솔루션 기업 씨메스가 기업가치(밸류)를 당초 눈높이보다 크게 낮춰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상장예비심사(예심)를 청구할 당시만 해도 6000억원대 밸류를 기대했는데 공모는 절반도 안되는 2800억원으로 나선다. 예심 기간 시장이 급격히 냉각한 것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장단점이 있는 딜로 평가받는다. 밸류하향 조정 덕분에 강점인 에퀴티스토리(Equity Story)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씨메스는 국내 최초로 비정형 작업현장을 자동화해낸 곳이다. 쿠팡과 같은 업계 톱티어들 다수가 전략적투자를 할 정도기 때문에, 기술력과 성장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단점으로는 기술특례 상장 특유의 밸류 불확실성, 오버행(매각 대기물량 출회) 우려가 등이 거론되고 있다.


◇ 프리IPO한 주관사도 손해 감수, 이례적 하향 조정


씨메스는 이달 23일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모구조를 공개했다. 공모가 희망밴드 2만~2만4000원에 총 260만주를 공모한다. 공모액은 520억~624억원으로 중형딜 사이즈가 된다. 공모구조는 신주모집 230주(88.5%)에 구주매출 30만주(11.5%)다. 이에 따라 회사로 유입되는 신주모집액 규모는 460억~552억원, 구주매출액은 60억~72억원이다.


평가밸류를 3408억원이다. 2026년 추정순이익(107억원)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적용순이익 75억원)에 적용PER 45.12배를 곱한 수치다. 공모가 희망밴드 기준 예상밸류는 2394억~2873억원이고, PER은 31.69~38.03배가 된다.



씨메스는 약 4개월 전인 올 4월 1일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에 예심을 청구할 때만해도 청구서에 예상밸류를 6000억원대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희망하는 최대치가 2873억원이다.


주관사 프리IPO 가격만봐도 밸류 눈높이를 얼마나 낮췄는지 가늠할 수 있다. 주관사가 되레 손해를 감수했다. 씨메스는 공동주관사가 유진투자증권인데 예심청구 직전인 올 3월 28일에 투자를했다. 12만2400주를 약 30억원에 매입했는데 주당 취득가액이 2만4300원이다.



공모가 희망밴드(2만~2만4000원)보다 프리IPO 투자가격(2만4300원)이 비싸다. 프리IPO 투자자들은 투자기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100% 내외 수익률을 노린다. 이를 감안하면 발행사와 주관사가 이례적인 폭으로 밸류를 하향 조정했다는 평가다.


그만한 시장변화가 있긴 했다. 씨메스가 예심을 청구할 당시(4월)만해도 기관수요예측에서 ‘묻지마 상초(희망밴드 상단을 초과) 베팅’이 벌어지던 시기였다. 그런데 7월부터 냉각조짐이 보이더니 8월에는 옥석가리기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빈익빈’이된 공모주는 씨메스와 같은 특례상장기업인 뱅크웨어글로벌이었다.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경쟁률(150대 1)을 보여 올 들어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으로 정하게 됐다. 그럼에도 상장일(8월12월)에 주가가 부진했다. 시초가와 종가 수익률이 모두 마이너스였는데 역시 올 들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씨메스가 과감하게 밸류를 낮춘 이유다. 시장냉각과 더불어 특례상장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불안감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 쿠팡·LG에너지솔루션이 최대 고객…밸류체인 하방전개 매력


밸류하향 조정 덕분에 강점인 에퀴티스토리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2014년 이성호 대표가 설립한 씨메스는 로봇의 눈역할을 하는 3차원(3D) 센서사업을 먼저 시작했고, 10년이 지난 현재는 뇌(AI소프트웨어) 기능까지 입혀 비정형 작업을 자동화시켜주는 융합솔루션기업으로 진화했다.


가령 물류센터에 크기가 다른 택배박스가 여러 개 산개해 있으면 로봇이 위치와 크기를 인지해 물건을 차곡차곡 특정장소에 쌓는 역할을 할 수 있게 있다. 과거엔 사람만 할 수 있었던 일이다.


씨메스 로봇자동화 설명(자료:홈페이지)


주요 고객들이 전략적투자를 할 정도로 작업현장에서 긴요히 쓰이고 있다. 2022년 시리즈 B단계까지 GS리테일과 SKT 등이 총 350억원 이상 투자를 했다. 올 4월에는 쿠팡도 지분 13만8600주를 매입해 지분율이 1.52%가 됐다. 비슷한 시기 유진투자증권이 투자한 단가(2만4300원)를 감안하면 쿠팡 투자액은 약 33억이다.


다만 아직 실적이 본격화하진 않아 기술성장기업 특례제도로 증시입성에 도전했다. 지난해 매출 76억원에 영업손실 88억원, 순손실 145억원을 기록했다. 씨메스는 물류업계와 2차전지 업계 톱티어인 쿠팡과 LG에너지솔루션을 대상으로 우선 영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해당영업을 근거로 미래실적을 추정하기도 했다.



씨메스는 예상매출이 올해는 122억에서 2026년엔 424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9억원 적자에서 107억원 흑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2026년 예상매출(424억원)의 절반 정도(49%)를 차지하는 것이 물류 솔루션이다. 이어 29%(126억원)가 2차전지 검사솔루션에서 발생한다고 봤다.


그리고 2026년 물류솔루션 최대 매출처가 국내 최대 풀필먼트 기업인 A사(쿠팡)라고 기재했다. 중립적 시나리오로 A사용 2026년 매출이 189억원으로 전체 물류솔루션 매출(209억원)의 90%가 된다고 봤다.



2026년 검사솔루션 최대 매출처는 국내 최대 2차전지 업체인 B사(LG에너지솔루션)이다. 역시 중립적 시나리오로 B사용 매출이 2026년 126억원으로 전체 검사솔루션 매출(126억원)의 100%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업계에선 추정치에 대해서도 신뢰하는 분위기다. 씨메스가 SI(전략적투자자)나 현재 매출로 경쟁력은 이미 입증했기 때문이다. 실적달성 시기에 대한 변동성은 고객사 사정에 따라 있을 수 있지만 실력의 문제는 아니라는 평가다. 초기 고객이 톱티어라 하방전개에 따른 확장성도 매력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증권신고서를 보면 쿠팡이나 LG에너지솔루션 중심으로 해당 고객사내 솔루션 공급이 늘어나는 것을 기반으로 실적을 추정했다”며 “고객사 사정에 따라 예상실적이 변할 수 있는 위험은 존재하지만 시기의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 톱티어들이 고객사라는 점에서 세컨이나 써드 등 동종업계 전반으로 솔루션 공급이 확장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 무리한 피어그룹서 잡음, 경영진 구주매출도 단점


다만 일각에선 다소 무리가 있는 밸류에이션(밸류산출작업) 탓에 딜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밸류를 하향조정하긴 했지만 적용PER이 희망밴드 상단기준 38배로 여전히 높다. 그리고 높은 이유가 해외 '알짜' 기업들을 피어그룹으로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공격받기 좋은 소재들이다.


피어그룹은 △라온테크(25.76배)와 △일본 키엔스(Keyence, 40.44배) △일본 화낙(Fanuc, 30.01배) △미국 코그넥스(Cognex, 84.26배) 등이다. 키엔스와 코그넥스가 적용PER을 높인 곳들인데 씨메스와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는 곳들이다.



키엔스는 일본에서 자동차와 반도체, 전자기기, 기계, 화학, 식품까지 전 산업 제조공정에 품질검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대형사다. 지난해 매출은 8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4조5000억원(이익률 51%)에 이른다. 외형 뿐은 물론 수익성에서 비교 불가한 우위에 있다.


코그넥스는 키엔스와 비슷한 사업을 하는데 미국 사업자라는 점이 다르다. 역시 지난해 매출이 1조933억원, 영업이익은 1706억원에 이르는 중견사다. 지난해는 수익성이 저조했지만 전년까지는 영업이익률이 30%내외였다.


앞선 관계자는 “2년 뒤인 2026년 예상실적에 맞춰 밸류를 구하려다 보니 PER을 높일 수 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무리한 피어그룹 선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차라리 2027년 예상실적을 넣어 적용순이익을 높이고 피어그룹을 무난히 가져갔으면 잡음이 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급도 단점으로 지목된다. 씨메스는 성장과정에서 SI 뿐 아니라 다수의 FI를 유치했다. 이 탓에 상장일은 물론 이후 반년은 오버행 우려가 지속될 수 있다. 상장예정주식수 대비 유통가능주식수 비중은 상장일에 34.07%로 상대적으로 높은편이다. 이어 이어 1개월 뒤 49.71%, 3개월 뒤 50.14%, 6개월뒤엔 61.75%까지 상승한다.



오버행우려를 낮추려면 FI들이 구주매출을 해야 하는데 되레 경영진이 한다는 점도 약점이다. 구주매출(30만주)분 전량이 경영진 지분이다. 창업주인 이성호 대표와 서명진 CTO 부사장, 이수룡 SW총괄 전무가 각각 10만주씩 매각한다.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기준 인당 매도액은 24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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