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벤더 삼현은 기업가치(밸류)가 공격적이라고 평가받는다.


이익이 충분히 나는 회사임에도 기술특례제도를 활용해 미래 예상실적(순이익)을 끌어와 밸류에이션(가치산정)한 것이 기본 원인이다. 적용한 멀티플(주가수익비율, PER)도 업종평균보다 크게 높다.


펀더멘털에 굉장한 자신감을 보인 것인데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실적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용 부품은 되레 밋밋한 성장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신사업들을 장밋빛 미래에 대거 포진시켰다. 대다수 양산계약을 한 것이 아닌 시제품 개발을 하고 단계로 불확실성이 내재해 있다.


이에 일각에선 '단타'(단기투자)용 딜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 2025년 순이익 끌어와, 밸류 700억~900억 비싸져


기술특례제도는 유망하지만 당장엔 이익을 못내는 혁신기업들 상장 문턱을 낮춰주기 위한 제도다. 외부전문기관으로부터 기술을 인정받으면 신청할 수 있다. 공모자금으로 '성장'을 도모하라는 취지다. 더불어 미래예상 실적으로 밸류에이션을 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삼현은 수년째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와 일반상장이 가능함에도 기술특례를 활용했다. 즉 특례 목적이 '밸류업'에 있다. 장밋빛으로 전망한 2025년 순이익을 밸류에 적용했다. 공모주주 입장에선 저항감이 가장 큰 대목이다.


2023년 예상매출은 998억원이지만 올해는 1233억원, 내년엔 1941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봤다. 영업이익도 2023년 98억원에서 2024년 133억원, 2025년엔 255억원으로 급증한다. 영업이익률도 2023년엔 9.8%에서 2025년엔 13.1%로 상승한다.



이 예상치로 도출한 평가시가총액(시총)이 3036억원이다. 2025년 예상순이익(197억원)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149억원에 적용 PER 20.34배를 곱한 수치다. 평가시총에 적용한 할인율( 12.93%~30.28%)을 감안한 예상시총은 2117억~2646억원이 된다.


만약 삼현이 최근 연간 순이익인 2023년치(98억원)를 적용했을 경우 예상시총은 1389억~1735억원이다. 현 예상시총(2117억~2646억원)보다 700억~900억원 낮다. 기술특례로 인한 괴리다.


적용 PER(20.34배) 자체도 굉장히 높다. 자동차 부품사들은 전통적으로 박한 수익률 탓에 PER이 높지 않았다. 대장주인 현대모비스도 현재 6.7배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고, 평균적으론 10배 내외다. 삼현은 평균치의 두 배 수준으로 잡았다.



◇ '안전판' 하이브리드용 부품 성장 주춤


결과적으로 삼현이 펀더멘털에 굉장한 자신감을 보인셈이다. 그렇다면 '근거'가 중요하다. 기술경쟁력은 높은 회사다. 삼현은 1988년 설립한 장수 부품사다. 초기엔 BLDC 모터 중심으로 사업을 하다가 2000년대 들어서 '최초' 타이틀을 단 제품을 순차적으로 개발해내며 현대차 내에서 역할비중을 높여왔다.


2014년 현대차가 전량 해외에 의존하던 듀얼클러치트랜스미션(DCT)을 국내 최초로 공급했다. DCT는 자동으로 클러치를 변속하는 기능을 한다. 2019년엔 CVVD(Continuously Variable Valve Duration)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현대차에 납품했다. CVVD는 엔진 밸브 열림 시간을 조절해 연료효율을 높여준다. 2020년엔 역시 외산에 의존하던 부품 SBW(Shift-By-Wire) 국산화에 성공했다. SBW는 자율차 전환을 위한 전자식 변속시스템이다.


사진:IR자료


해당 제품들은 모두 독점공급는 구조에 있다. 특히 최근 내연기관용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량용에도 적용되면서 '성장'이 담보됐다. 알려져 있다시피 하이브리드는 현대차 내에서 전기차보다도 많이 팔리고 있는 제품이다.


지난해 현대차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은 8.9%로 전년(6.1%)보다 2.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 비중은 5.3%에서 6.4%로 1.1%포인트 높아지는데 그쳤다. 내연기관용 대체를 하이브리드가 더 큰 폭으로 하고 있다. 삼현 부품사업 미래도 밝게 전망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정작 삼현은 미래 예상실적을 산출하면서 CVVD의 성장을 낮게 점쳤다. 2023년 기준 CVVD 매출은 491억원으로 전체(998억원)의 49.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2025년 예상매출은 516억원(비중 26.6%)으로 25억원 늘어나는데 그친다.



또 다른 성장축이었던 SBW도 마찬가지다. 2023년엔 180억원(18.1%)인데 2025년엔 265억원(13.7%)으로 85억원 가량 는다고 봤다. CVVD보단 낫지만 폭발적인 성장은 아니다. 주력품목 전체(CVVD, DCT, SBW)로는 매출이 2023년 871억원에서 2025년 1033억원으로 162억원 늘어나는데 그친다.


실적안정성이 입증된 품목이 성장을 담보하지 않는다.


◇ 전기차용·방산‧로봇서 밸류 근거 찾아


2025년 예상매출(1941억원)에서 주력 품목매출(1033억원)을 제하면 남는 금액이 908억원이다. 삼현은 이를 신사업에서 발생한다고 봤다. 주력품목이 2년간 기여하는 성장(162억원)보다 훨씬 큰 금액이다. CVVD 등이 미래를 책임지는 구조라면 수긍할 수 있지만 신사업은 다르다. 양산하기로 도장(계약)을 찍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동차부품 중에서 신사업은 전기차용부품 등이다. 증권신고서엔 '기타'로 표기했는데 2023년엔 11억원 수준이지만 2025년엔 372억원이 될 것으로 봤다. 가장 매출이 많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 제품이 IDB(Integrated Dynamic Brake)로 2025년 135억원을 예상했는데, 사업 진행상황은 프로토(Proto, 초기) 단계다.



프로토 단계는 고객사가 시제품을 제작하기 위해 부품사를 선정해둔 상태다.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수주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고객사의 계획철회나 양산계획 축소, 부품사의 개발실패 등의 리스크가 있다. 더불어 프로토 단계에 참여한 경쟁사가 많을 경우 개발에 성공해도 물량을 나눠가질 위험이 있다.


그런데 삼현은 프로토 단계에 있는 제품 예상매출을 공격적으로 잡았다. 고객사 예상생산량(포케스트)의 70%를 매출로 잡았다. IDB뿐만 아니라 다른 자동차부품 신제품 7~8개도 모두 양산계약이 된 단계가 아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실은 모 아니면 도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일괄적으로 고객사 포케스트 70~80%를 매출로 잡았기 때문에 공격적 산출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지능형로봇 신사업도 매출이 2023년 1억원에서 2025년 235억원으로 무려 234억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런데 역시 핵심제품인 로봇관절모터(2025년 136억원)가 프로토 단계다. 나머지 5개 제품도 프로토와 파일럿테스트 단계에 있다. 파일럿테스트는 시제품개발이 완료되고 대규모 양산에 대한 테스트를 하는 단계다. 프로토보다 수주 확률이 더 높지만 역시 공급사 다변화나 계획변경 리스크는 있다.


◇ 시장 과열 덕 수요예측은 무난할 듯, '상초'시 부담


이에 일각에선 밸류에서 미래사업 비중은 줄이고 주력품목(CVVD) 위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예상시총이 1000억원대 중후반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 같은 보수적 밸류가 제시됐다면 안정성(자동차)에 성장성(신사업)을 갖춘 매력적인 딜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밸류는 '성장성'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도 프리IPO 투자를 한 탓에 밸류에 제동을 걸기보다 호응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1년 11월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3485주를 약 30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무상증자와 액면분할이 진행돼 현재 보유주식수는 39만320주(주당 7679원 취득)이다.


주당 취득가(7679원)를 공모가 희망밴드와 비교하면 수익률이 밴드 하단(2만원)으로 정해질 경우 160.5%, 상단(2만5000원)이면 225.6%가 된다. 밸류가 높아야 주관사에게도 유리하다.


반면 공모주주 입장에선 비싼 것이기 때문에 일부 기관은 '단타'용 딜로 보고 있다. 현재 공모주 시장이 과열된 상태라 수요예측은 무난히 진행될 것으로 본다. 다만 다른 딜과 마찬가지로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가격으로 공모가가 정해지면 부담이 수용가능한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 관측이다.


앞선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부품 실적안정성이 높아 전기차부품사보다 펀더멘털이 매력적이라고 봤는데 공모 밸류가 너무 공격적으로 나왔다"며 "상단초과로 결정되면 의무보유확약을 하는 기관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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