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공모주 시장 투심은 싸늘하다. ‘의도한 적자→폭풍성장(시장선점)→알짜 수익실현'으로 이어질 것이란 에퀴티스토리(Equity Story)가 허상이라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IPO(기업공개)에 성공한 쿠팡조차도 설립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적자와 흑자를 오가고 있다. 실망감에 시가총액은 상장 당시 886억달러에서 현재 420억달러로 3년여 만에 반토막이 났다.


이젠 당연하게도 플랫폼도 ‘흑자’를 내야 공모주 물망에 오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새벽배송 플랫폼 오아시스가 부각되고 있다. 설립 이후 10여년 째 뚝심 있게 흑자경영을 고수해왔다. 경쟁사인 쓱닷컴이나 컬리가 출혈 확장에 주력해온 것과 대조됐다. 수년 전만해도 지나치게 보수적이란 지적도 받았다.


현재 상황은 반대다. 엔데믹을 거쳐 유동성이 마르고 경기가 둔화했다. 폭발적이었던 새벽배송 성장세도 거짓말 같이 멈춰 섰다. 쓱닷컴이나 컬리는 매출은 정체됐는데 적자는 지속하고 있다.


오아시스는 여전히 흑자를 내며 성장중이다. 경쟁사들이 타개책을 찾지 못하면 시간은 오아시스편이 된다.


오아시스 본사 전경


◇ 엔데믹 시기 흑자는 기본…2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연결기준 올 상반기 매출 2599억원, 영업이익 1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2307억원)은 12.7%, 영업이익(44억원)은 197.9% 늘어난 수치다. 2011년 사업 개시 이래 13년째 흑자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새벽배송 시장 전반이 침체한 것과 반대로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 포인트다. 오아시스는 가장 최근인 올 2분기에도 매출(1159억원)이 전년 동기(1310억원) 대비 13%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매출(4754억원)이 전년(4272억원)보다 11.3% 늘었다.


오아시스만의 호실적이다. 경쟁사를 보면 새벽배송 시장은 정체된 것처럼 보인다. 쓱닷컴은 2023년 매출(1조6784억원)이 전년 보다 3.8% 줄었고, 컬리는 같은기간 매출(2조774억원)이 전년보다 2% 늘어나는데 그쳤다. 올 상반기에도 쓱닷컴은 매출(8085억원)이 전년동기 대비 4.7% 감소했다. 컬리는 올 상반기에도 한자릿수 매출증가율(5.9%)을 기록했다.



새벽배송 업체들은 코로나19 시기(2020~2022년)엔 하나같이 폭풍성장을 했다. 신선식품 조달을 이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줄고 외식도 잦아졌다. 새벽배송 수요가 자연스레 감소했다.


이 상황이 치명적인 것은 의도한 적자를 내던 쓱닷컴과 컬리다. 오프라인 신석식품 수요를 온라인으로 전환해 시장을 평정해야 했다. 성공하면 가격결정능력 제고와 규모경제 달성으로 알짜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를 위해 수천억원을 들여 물류센터와 콜드체인을 구축했다. 그런데 필수조건(성장)이 사라져버렸다. 타개책을 차지 못하면 말로는 현금소진과 자산매각이 된다.


오아시스가 부각되는 배경이다. 하던 대로만 해도 지속해서 시장지위가 강화된다. 재무상태도 우수해 부실해진 경쟁사의 자산을 매입할 능력도 된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오아시스는 현금성자산이 1384억원이다.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1088억원이다. 최근 오아시스가 1세대 이커머스인 '11번가' 인수를 타진한 것도 여유로운 곳간에 기인한다.


◇ 우수 상품을 싸게…‘기본기’가 지속성장 비결


오아시스가 시장침체에도 성장을 지속해 낸 비결은 '기본'에 있다. ‘우수한 상품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한다는 기본원칙을 고수해왔다. 오아시스는 김영준 대표가 전직장인 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우리생협) 동료들과 합심해 2011년 10월 설립했다.


우리생협은 특정 기업이나 지역, 단체 구성원들이 조합을 결성해 필요한 생필품을 저렴하게 조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율조직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를 통해 중간마진을 없애는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우리생협에서 높은 품질의 농산물을 산지발굴하고 직거래를 통해 저렴하게 구매하는 노하우를 익혔고, 이를 사업화 시킨 것이 오아시스다.


덕분에 오아시스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 고객이 유입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광고나 판촉활동을 통한 인위적 매출증대와는 다르다. 충성고객들이 늘어나는 질 높은 성장이다. 이는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광고비를 거의 쓰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오아시스는 경쟁사 대비 판관비가 적어 흑자를 내고 있는데 광고비가 영향을 미친다. 올 상반기 오아시스 판관비는 657억원으로 매출의 25.3%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컬리 판관비(3495억원) 비중은 32.5%로 오아시스 대비 7.2%포인트 높다.



급여와 광고에서 매출 대비 컬리가 더 큰 금액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컬리 급여비중은 9.3%(1003억원)로 오아시스 7%(182억원)보다 2.3%포인트 높다. 컬리 광고비 비중은 1.05%(114억원)으로 오아시스 0.69%(18억원)를 0.35%포인트 웃돈다. 컬리는 최근 광고를 크게 줄였음에도 비중이 높다. 성장기였던 2021년엔 광고비 비중이 2.8%((435억원)였고 2022년엔 2.7%(541억원)였다. 오아시스는 당시에도 광고비 비중이 0.2~0.3%대였다.


이에 대해 오아시스 실적보고서에서 "초창기부터 광고를 하지 않고 입소문만으로 외형 확장을 이뤄냈고, 최근에도 매출액 대비 약 0.6% 수준의 광고비 지출만으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며 “타사 대비 좋은 품질과 압도적인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충성고객을 다수 확보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 옴니 전략으로 재고소진…‘루트’ 통한 물류 효율화도 비결


수익성의 또 다른 비결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사업간의 시너지에 있다. 오아시스는 본래 오프라인 사업자고 현재까지 확장하고 있다. 2015년 첫 매장을 낸 후 2018년 31개, 2021년 47개, 2022년엔 53개로 확대했다. 올 상반기말 기준으론 49개다. 2020년 펜데믹으로 온라인에도 진출해 크게 성과를 내며 오프라인을 웃도는 사업부가 됐다.


이 같은 옴니채널 구조는 효율적 재고관리로 이어진다. 오아시스는 온라인에서 신선 식품 주문을 받으면 다음 날 온라인 새벽 배송을 한다. 남은 재고는 직영 매장에서 판매하게 된다. 때문에 온라인부문에서는 이론적으로 재고가 남지 않는다.


오프라인에서는 재고가 발생할 수 있지만 온라인과 달리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신선도 확인이 가능한 특징이 있다. 판매기한을 고려해 가격을 낮춰 타임세일에 돌입하면 재고소진을 쉽게 해낼 수 있다. 이에 오아시스는 경쟁사 대비 재고 폐기율이 현저히 낮다. 수익성에 기여하는 요인이다.


독자적 IT물류시스템어 ‘오아시스루트’도 수익성에 한 몫하고 있다. 모회사인 지어소프트가 개발했다. 작업자가 오아시스루트를 통해 집품(픽킹)서부터 포장(팩킹), 배송까지 등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컨트롤 할 수 있다. 작업능률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급여비중이 경쟁사 대비 적은 배경이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오아시스는 온라인 사업 초기부터 물류센터 현장직을 직고용해 오아시스루트 물류시스템을 교육했다”며 “이에 1인당 집품·포장 소화 건수가 2020년 사업 초기 대비 70% 이상 향상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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