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헬스케어가 올 1월 코로나19 진단키트 매출이 2억원에 그친 사실이 최근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드러났다. 작년 1월엔 매출이 1000억원, 연간으론 2900억원대에 이르렀던 품목이다. 엔데믹으로 수주절벽에 처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영업이익도 작년 연간으로 1400억에 달했지만, 최근 4개월은 연속 적자다.


작년 파두사태가 아니었다면 투자자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공모가 진행됐을 수 있다. 파두사태 이후로 금융감독원은 발행사에게 가결산으로라도 최근 분기나 월 실적을 공개토록 요구(정정)하고 있다. 오상헬스케어는 최초 증권신고서엔 수주 절벽 상황을 공개하지 않았었다.


◇ 작년 4분기는 17억, 수주절벽 지속…생화학진단 본업만으론 적자


오상헬스케어는 이달 20일 증권신고서 2차정정을 통해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월별 실적을 새롭게 추가했다. 엔데믹 시기임에도 작년 사상 최대실적으로 이끌어 준 진단키트 매출이 최근엔 거의 증발했다는 것이 포인트다.


올해 1월 진단키트 매출은 2억2250만원에 그쳤다. 제품별로는 신속진단키트(RDT)가 1억8000만원, 분자진단키트(PCR)가 4500만원이었다. 작년 1월에만 해도 두 제품의 매출합계(진단키트)는 966억원이었다.



올 1월에만 있었던 현상이 아니다. 작년 4분기부터 수주절벽 상황이었다. 지난해 10월 진단키트 매출은 6억원, 11월은 7억원, 12월은 5억원 수준이었다. 작년 4분기 전체로도 17억원에 그친다.


처음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을 때만해도 오상헬스케어는 엔데믹에도 호실적을 낸 발행사로 평가됐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이 3608억원에 달했는데 2022년 연간 매출(1938억원)을 크게 웃도는 최대 실적이었다. 작년 3분기누적으로 진단키트서 매출이 무려 2945억원이 발생한 덕이었다. 전체 매출(3608억원)의 85% 수준이다.


결국 작년 수주가 일회성이었음을 의미한다. 오상헬스케어는 지난해 미국 보건복지부(HHS)에 자가 신속진단키트를 1억 테스트(Test)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는데, 실적은 작년 1분기에만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한다.


더불어 드러난 것은 수주절벽 상황에선 '적자'가 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500억원이었다. 매출이 급감한 지난해 4분기에는 영업손실이 71억원 발생했다. 올해 1월 영업손실은 13억원이다.



진단키트 고정비를 본업 수익으로 상쇄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진단키트 고정비를 줄이지 못하면 적자를 지속할 수 있다. 오상헬스케어는 본래 혈당 등을 측정하는 생화학진단 제품을 주력으로 했다. 생화학진단 제품은 매출이 2022년 567억원, 2023년 591억원으로 적지 않다.


오상헬스케어가 가결산 자료를 공개한 것은 금융감독원이 정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최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것은 1월 11일이다. 이후 1월 31일 1차정정을 통해 작년 4분기 가결산 실적을 공개했고, 이달 20일에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월별 실적을 세부적으로 덧붙였다. 파두 덕에 투자자들이 공모 전 인지하게 된 내용이다.


오상헬스케어는 이달 26일 현재 기관수요예측(21~27일)을 진행하고 있다.


◇ 콤보 키트로 매출 반등 노려, 역성장은 불가피


오상헬스케어는 현재 진행중인 기관 대상 IR(기업설명회)에선 매출 반등의 기회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진단하는 콤보키트 긴급사용승인(EUA)을 신청했는데, 올해 1분기 내로 결과가 나올 것이란 설명이다.


EUA 획득에 성공하면 작년 신속진단키트(싱글키트)와 유사하게 바로 매출이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예상 수주량이 싱글키트에는 못 미친다. 가이드라인으로 1000만~2000만 테스트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콤보키트가 싱글키트 대비 단가가 40% 높다고 가정해도 예상 매출이 400억~900억대가 된다.


때문에 올 큰 폭의 역성장은 불가피하다. 올해는 작년 2900억원대에 달했던 싱글키트 매출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고, 400억~900억원대 콤보키트가 추가되는 그림이다. 이를 생화학진단 제품 매출(연간 600억원 내외)과 합산하면 올 예상매출은 1000억~1500억원이다. 작년 가결산 연간매출(3608억원)의 절반 이하가 된다.


올 역성장이 이미 산출한 기업가치(밸류)를 크게 저하하지는 않는다는 평가다. 실적이 아닌 자본으로 밸류에이션을 한 덕이다. 밸류 평가방법으로 PBR(주가순자산비율)을 택했다. 시가총액을 순자산(자본총계)으로 나눈 배율이다. 앞선 진단키트 주자들은 순이익기반인 주가순이익비율(PER)을 택했다.



PBR을 택했다는 것은 그간 진단키트로 번 현금 위주로만 밸류로 인정받겠다는 의미다. 이에 실적이 악화해도 할인요인이 크지 않다. 다만 상장 한 이후 당장 눈으로 보이는 실적이 투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공모주주들 역시 단기투자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공모주 시장이 과열돼 있기 때문에 단기투자라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본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작년 IPO를 한 경쟁사들과 달리 싱글키트 외적(콤보+생화학진단)으로 실적이 나오고 있어 그나마 양호한 곳으로는 보고 있다"며 "다만 중기적 불확실성이 있어 단기투자용 이상으로 생각하긴 어려운 공모주"라고 말했다.


오상헬스케어 관계자는 "최근 매출 저조는 작년 미국 정부에 납품한 코로나19 진단키트가 재고소진 중인 영향"이라며 "올 1분기 내로 콤보키트 미국 FDA와 국내 긴급사용승인이 예상되기 때문에 매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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