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크수준의 2분기 실적이다"


게임사 시프트업이 상장한 이후 처음으로 발표한 실적에 대해 한 기관투자자가 당혹해하며 내뱉은 말이다. 시프트업 2분기 실적은 단순히 보면 좋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60%, 영업이익은 50% 정도 늘었다.


반면 상장 밸류(기업가치)에 녹인 성장성을 감안하면 참혹한 실적이다. 확정 공모가는 주가수익비율(PER)을 무려 33배나 적용한 가격이다. 국내 게임대장주 크래프톤 PER(약18배)의 두 배에 가깝다. 콘솔게임 신작인 스텔라블레이드가 대박을 터뜨려 기존게임(니케) 수준의 매출을 낼 것이란 가정 하에 내세운 멀티플이다. 증권사들은 신작에서 연간 700억~1000억원대 매출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스텔라블레이드 올 6월 매출이 약 40억원에 그쳤다는 것이 이번 실적발표로 드러났다. 전월의 4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하반기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실종되면서 주가는 폭락하고 있다.


작년 파두사태 이후로 대어에서 또 다른 유형의 밸류 뻥튀기가 재현됐다는 평가다.


◇ 스텔라블레이드 5월이 매출 정점, 6월엔 4분의 1 토막


시프트업은 이달 14일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올 2분기 매출 652억원에 영업이익 45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394억원)에 비해 65.4%, 영업이익은 49% 늘어난 수치다.


표면적으론 굉장한 호실적이다. 반면 세부내역을 보면 상장 밸류를 지탱하기 어려운 쇼크 수준의 실적이다. 시프트업은 올 7월 11일 공모가 6만원으로 상장했다. 적용주식수를 대입한 밸류가 3조5647억원이고, 이를 적용순이익(1065억원)으로 나누면 PER이 33.44배로 도출된다.



올 4월 출시한 스텔라블레이드가 대박을 터뜨려 니케 못지 않은 실적을 이어가야 가능한 멀티플이다. 시프트업은 지난해 매출 1686억원에 영업이익 1111억원을 기록했는데, 니케 매출이 1635억원으로 97%를 차지했다. 단일게임으로는 33배에 이르는 멀티플을 주장하기 힘들다.


발행사는 스텔라블레이드가 출시 후 다수국가에서 사전구매 1위를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IR을 했다. 이에 수요예측기간인 올 6월 전후로 증권사들은 스텔라블레이드가 올해 거액을 벌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메리츠증권 예상매출이 1183억원으로 가장컸고, 대신증권이 1037억원, 상상인증권과 미래에셋증권 교보증권은 모두 720억원이었다. 5개사 평균 예상매출은 약 870억원이었다.



시프트업측은 수요예측이 한차례 미뤄지며 4~5월 실적을 증권신고서에 추가로 기재하게 됐는데 이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스텔라블레이드 매출이 4월 63억원에서 5월 157억원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올 5월 매출(157억원)수준이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연간 1000억원대 신작매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2분기가 모두 지나 뚜껑을 열어보니 충격적 결과가 나왔다. 실적공시를 한 날(14일) 함께 홈페이지를 통해 배포한 IR자료에 따르면 2분기 스텔라블레이드 전체 매출은 258억원이다. 4월(63억원)과 5월(157억원) 매출을 빼면 6월 매출은 38억원이 된다. 가장 최근 월(6월)매출이 전월 대비 4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올 6월 매출(38억원)이 하반기 6개월동안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올 하반기 스텔라블레이드 매출은 228억원에 그친다. 올 2분기(258억원)와 합쳐도 487억원이다. 증권가 예상치(700억~1000억원)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다.


2분기 실적이 중요한 이유는 콘솔게임은 매출이 출시 직후 2~3개월에 몰리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3분기와 4분기가 2분기를 넘어서기 힘들다. 그런데 2분기 마지막달이 예상외로 크게 저조했다. 하반기에 대한 기대감 역시 크게 낮아졌고, 결과적으론 PER 33배 멀티플도 위협받게 됐다.


실제 시프트업은 실적발표 직후 주가 급락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14일 종가는 6만9600원으로 전일(13일) 종가대비 11.11% 하락했고, 이달 16일 종가는 6만3100원으로 전 거래일(14일) 대비 9.34% 하락했다. 실적발표 후 이틀만에 주가가 19.4% 가량 폭락해 공모가(6만원)에 근접하게 됐다.


◇ 6월 말까지 수요예측 진행, 스텔라블레이드 부진 공유 안해


업계에선 시프트업이 스텔라블레이드 매출이 부진했던 6월에 수요예측을 진행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수요예측은 본래 6월3일부터 13일까지로 6월 초였다. 하지만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6월3일부터 6월 27일까지 장기진행으로 바뀌었다.


발행사측은 최소 6월 중순 이후엔 신작 매출부진을 확실히 인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해당 사실을 증권신고서(정정)나 기관IR을 통해 전달하지는 않았다. '신작효과가 뻥튀기'된 상황으로 바뀌었는데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셈이다.


시프트업은 IR자료에선 스텔라블레이드 매출부진 배경을 뒤늦게 공개했다. 퍼브리싱업체 소니에 선지급해야 하는 선리쿱(투자금을 먼저 회수하는 것)을 진행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선리쿱이 모두 종료됐다고도 밝혔다.


스텔라블레이드 관련 Q&A(사진:IR자료)


일부 기관은 오히려 불신을 키운 해명이라고 평했다. 한 기관투자자는 “선리쿱 영향이라면서 선리쿱이 매출의 몇 프로 수준이고 얼마동안 진행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아 분석을 어렵게 했다”며 “더불어 어차피 하반기 매출은 2분기를 뛰어넘지 못하는 구조(콘솔게임)기 때문에 의미없는 해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곤란한 분위기다. 스텔라블레이드 매출전망을 서둘러 낮췄다. 메리츠증권은 16일 보고서를 통해 기존(1183억원)의 절반 수준인 584억원으로 낮췄다. 대신증권도 같은 날 보고서를 내고 역시 기존(1037억원)의 절반인 532억원으로 내렸다.


시프트업은 올 하반기까진 실적 반등(올 2분기 대비) 소재가 없다. IR자료를 통해 니케 업데이트를 통해 매출제고 계획을 밝혔지만 공감을 얻긴 어려운 분위기다. 니케는 미소녀 캐릭터를 내세운 서브컬쳐 게임으로 오타쿠를 타깃층으로 한다. 매출 유지엔 강하지만 확장은 어려운 매니아게임이다.


내년은 돼야 성장소재가 나온다. 니케 중국판호획득 시도와 스텔라블레이드 PC버전 출시가 2025년 중에 이뤄질 전망이다. 즉 올 하반기엔 폭락한 주가가 다시 오를만한 이벤트가 없다.


2분기 스텔라블레이드 부진과 하반기 전망을 묻고자 시프트업 IR팀에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